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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2021 (정해연)

JUDAJU 2023. 9. 30. 12:31

홍학의 자리


- 프롤로그에서는 엥? 이게 뭔 소린가 하다, 본 챕터 1장 읽기 시작하면서 나도모르게 미친듯이 빠져 읽기 시작했다.


- 살인,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혼외정사, 자살, 시체은닉, 빛투, 학폭  등 온갖 자극적인 재료들이 범벅 된 불량식품 같은 책이었다. 

- 주인공 젊은 남자 선생은 어쩌다 저렇게 쓰레기가 되었을까? 애라도 낳지 말던가, 애는 뭔죄야? 마음에 안드는 여자랑 사는게 지옥같았어서 지방으로 내려가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남자에 자꾸 집착하는 아내도 정말 이해가 안갔다. 저렇게 왜 살지? 그런데 살다 보면 온갖 상황으로 인해 코너로 몰리고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하기 싫은걸 하게되고 되기 싫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의 배경을 보여주고 본심을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게끔 기회를 마련해 주는게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만나면 상종도 하기 싫고 혹시나 꼬치꼬치 물어봤다가 괜히 오지랖만 넓은 사람으로 평가되기 쉬워서 감추고 있던 오지라퍼의 날개를 합법으로 파닥파닥 펼 수 있게끔 해주는 고마운 엔터네인먼트 인거다. 적어도 나에겐. 게다가 신경 쓴다고 마음써서 타인의 깊은 사생활 이야기를 들어줬다가 괜한 비밀까지 듣게 되고 그로인해 어설픈 응원?동정?공감?을 짜내야 하는 불편함 또한 필요없다.

- 홍학의 자리. 제목과 내용의 개연성을 들여다 본다. 홍학은 네덜란드 식민지 아루바 섬에 사는 동물. 동성애를 한다고. 그리고 다현은 준후선생이랑 암스테르담에 가고싶어 했다. 거긴 동성애가 합법이니까. 억지로 끼워 맟춘듯한 느낌. 사실 소설 전반으르 흐르는 큰 맥락에서 홍학은 별로 언급되지도 않고, 홍학의 특성이 빠져도 충분히 소설 스토리그 자체로 매력있다. 

- 나중에 밝혀지는 다현이, 남자였다는 설정. 솔직히 이게 큰 반전이라고.. 자신들이 편견을 가지고 읽었다고,밀리 댓글에서는 난리가 났던데.. 그건 편견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사는 성인이라면 다 공감할만한 상식 아닌가? 17살 학생 다현, 다현이는 여자이름으로 쓰인다. 나는 남자 다현을 본적이 없는데. 뭐 그럴꺼면 좀 더 중성적인 이름을 썼으면 좋았겠다. 

-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건, 질질 끄는 부분이 없다는것. 잘 쓰여진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장르에 맞게 각 챕터가 바뀔 때마다, 챕터의 끝에서 한껏 고조된 궁금증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쯤 찬물을 부어주며 다음 챕터로 쌈박하게 맥을 끊어주며 넘어가는게 센스있었다. 더 애간장을 녹이게끔, 그래서 책을 손에서 못 놓게끔 만드는 페이지터너의 힘이다. 

- 준호가 너무 싫었다. 이야기 끝에서 보면 추리 할 수 있듯, 그는 어느정도 싸이코 패스 경향이 있다. 책임 지지 못할 아이는 왜 낳은거고, 고아에 경제적으로 어렵고 어두운 아이를 성적으로 가지고 논것도 마음에 안든다.  먹버 식의 자세가 싫었다. 알량한 정은 있는지 죄책감은 느꼈지만, 아직 죽지 않은 아이를 수돗물에 몇일간 두어 익사시켰고, 살아있는 경비도 구하지 않았다. 

- 조미란 선생도 매우 흥미로웠다. 남편이 이웃을 믿고 투자해 돈을 잃은 후 자살 하고, 하나 남은 아들을 잘 키워보겠다 했지만, 결국 어두움이 드리운 아이는 밝게 자라나지 못했다. 

- 그래서 결국 조미란 아들이 죽인건 아닌건가? 이 부분이 기억이 안난다. 조미란이 경비를 죽인건 맞고, 그녀 아들은 다현을 만나러는 갔지만 그날 만나지는 못했고, 그날 다현이 학교에서 준호 선생하고 정사를 나눈 후 자살을 한 것. 

- 이런 류의 소설을 읽은게 오랫만이라 도파민을 팡팡 터트려가며 즐겼다. 사회에서는 부정 된, 금기시 된 소재들로 이리저리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당분간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이런 류의 한국소설은 잠시 쉬었다 가는게 좋겠다. 뭔가 타락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