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의 2일차 서막이 밝았다. 호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서 호텔조식을 탐방 할 시간! 늘 그렇듯 부페는 처음엔 와우!외치며 허겁허겁 먹다가 금방 실망하곤 한다. 결국 끝에는 정말 맘에 드는 음식 2-3개만집중공략 하며 배가 부른채 마무리 된다. 하노이는 호텔 밖으로 나가자마자 우당탕탕 빵빠라빵빵 매연과소음어택을 당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호텔 루프탑에서 조식 부페를 먹기로 했다. 이상하게 아고다에서는조식 포함으로 결제를 한것 같은데 추가를 따로 해야 한단다.. 당황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계산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현금 거래시 꼭 영수증 받기를 생활화 하자! 체크아웃 할때 리셉션에서 내가 조식 결제를 안했다고하는것이 아닌가! 황당쓰. 다 해봤자 4만원 이하로 그리 큰 돈은 아니었지만 뭔가 호구당한것 같아서 억울했다. 나는 딱따구리처럼 돈을 냈다고 반박했고 직원을 알아보고 오겠다며 5분정도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직원은 자기네 호텔 전산시스템이 오류가 나서 현금을 받은게 누락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아 네..그랬는데 생각해보니 어리버리 했으면 돈을 이중으로 낼 뻔 했다. 손해보는것 같은 느낌을 정말 싫어하는나란인간이 이런식의 헤프닝을 얼마나 싫어하는가를 다시금 인식하게 되는 해프닝이었다.
조식 2번째 사진이지만, 음식을 2번만 담아온것은 아니다 (적어도 4-5회 왔다갔다 했다.) 사진에는 안담겼는데 푸딩이 정말 개꿀맛이었다. 초코, 카라멜, 녹차맛이 있었는데 왜 한국에선 푸딩을 안팔지? 부페에서가장 만만하게 나오는 과일은 수박과 용과였다. 패션프룻츠는 저기 말고 다른곳에선 다시 보지 못했다. 단가가 안맞나보다. 요거트도 역시 정말 맛있었다. 한국 요거트와 마찬가지로 설탕을 오지게 넣어서 아주달달하니 좋았지만, 한국것과는 다르게 끝맛에 아주 깊은 유지방 향이 오래 감돌았다. 베트남은 역시 미식의 나라다. 프랑스 유제품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음식계의 다크호스다!
조식을 때려뿌시고 투어를 구매하고 예약하고 싶어서 호텔 근처 여행사를 찾기로 했다. 에어비엔비나 클룩으로 예약 할 수도 있었지만, 틀에 박힌 투어 말고 좀 더 다양하고 플렉서블한 상품들을 상담하고 싶어서 였다. 그런데 코로나의 여파 때문일까? 대부분의 로드샵 여행사들이 문을 닫았다. 베트남도 락다운에서 풀린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 콜오나의 여파와 그 슬픔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호안끼엠 호수를 산책하기로 했다. 물색은 프랑스의 안시 호수 물색깔을 기대하면된다 (^^^) 베트남은 유독 호수가 많다. 어디서 스쳐가며 읽은 정보로는 인공 호수를 일부러 많이 지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물이 많다. 크게 한바꾸 돌면 40분정도걸린다. 아침 저녁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하노이는 포브스가 선정한 산책하기 X같은 도시 0순위다. 일단 인도가 가다가 자꾸 사라진다. 인도에다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마구잡이로 주차한다. 공사하는곳도 많아서 길막을 30초에 1번꼴로 당한다. 그뿐이 아니다. 인도가 잘 이어진다 싶으면 갑자기 노상 가게들이 인도를 점령한다. 커피를 파는 가게라던지 음식점이라던지 그냥 길가로 우후죽순 나와서 목욕탕의자에 앉아 매연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이해 할 수 없으며 이해하려고 하면 안된다. 그냥이 나라의 컬-쳐이기 때문에 존즁 리스펙 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이런 나무들을 처음 만난건 태국에서였다. 24살 무렵, 첫 배낭여행지 태국. 방콕에 도착한 나는 아이폰 배터리가 닳도록 좁은 골목길을 들락 거리며 온갖 나무와 다양한 색의 작은 제단들을 카메라롤에 정신없이담았다. 그때 처음 본 신령나무.(나는 이런 나무들을 신령나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한국에 있는 나무들은정갈하며 분류/ 예측 가능하다. 남국의 신령나무들은 말 그대로 신령과 함께한다. 구불구불한 몸통과 셀수없는 잔 가지들은 단순히 나무 라고 부르기엔 비범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얼마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국의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긴 끈들은 기생 식물이다. 나는 죽은 나무 의 실가지 인줄 알았지만, 로베르토가 기생식물이라는 사실을 알줬다. 내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영영 알지 못했을 사실이다. 로베르토는 생물과학자기 때문에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동식은 이 아름다운 꽃에게 이런식으로 자기만의 찬사를 보냈다. 본인 부모님이 정원에 이 빨간 꽃을 매번 투머치로 심곤 했다고 했다. 다시 한번, 베트남은 빨간색을 사랑한다. 그레이톤으로 물든 서울경기도의 기준으로는 촌스러워보이는 시뻘건 빨강이 이곳에서는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동식은 인력거(릭샤)를 좋아한다. 인력거 자건거를 볼때마다 늘 타자고 애원한다. 나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검게 탄 피부에 삐쩍 마른 나이는 노인들이 운전하는 이 자전거 관광차를 탈때마다 운전자에게 너무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운전자들이 마른건 못먹어서가 아니라, 자전거를 많이 타서 건강하기때문이다! 그리고 비만보다 마른것이 훨씬 더 건강하다. 그런 사실을 머릿속으론 말고 있어도, 뭔가 타기망설여 진다. 매번 가격 흥정을 해야하는 사실도 불편하다. 그래도 막상 타고 나면 정말 좋다. 의자에 앉아주위를 둘러보면 모든게 영화처럼 유유히 흘러가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며 인사해주는 기분이 든다. 물론 매연도 공짜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베트남 형무소에 가기로 했다. 기이한 취향이 있는 동식은 기이한곳에 가는걸 좋아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고문박물관에 간적이 있다. 베트남 형무소는 maison centrale이라고 불리는데 왜 중앙의집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집이라는 뜻일 수 도 있겠다. 브이를 해보라고 시켰지만 지금 보니 베트남사람들이 프랑스 식민에 대항하여 고통받았던 곳 앞에서 이런 장난스런 포즈를 취한것이 철없고 우스꽝스럽다.
여기서 표를 사면 된다. 표는 2천원 정도 했던것 같은데, 별로 비싼것 같지 않아 정확한 가격은 기억에서지워버렸다.
우리나라 서대문 형무소처럼 그때 당시 고난받았던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두었다. 컴컴하고 습한 방에들어가니 오싹했다.
작은 몸의 베트남인들이 어두운 방에 따닥따닥 감금되어 있었다. 아마 정치범들이겠다. 정치 종교 국가의이유로 탄압받고 학대받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 다음에는 그랩 택시를 타고 꽁비엔 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하노이 중심에서 10키로 정도 서쪽으로 달려야 한다.
하노이 동물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도시안에 있는 동물원에서 큰 기대를 한건 아니다. "동물 착취와불행한 그들의 삶을 예상하라"는 구글 지도의 리뷰를 미리 읽고 갔다. 입장료는 별로 비싸지 않았다. 천원정도 했던것 같다. 가족단위의 입장객이 많았다. 날씨는 흐리멍텅했고 공기 또한 매연을 한껏 머금었다.
콩비엔 공원의 지도
호랑이 사자 곰 기린 하마 새 얼룩말 등등등 20여종의 동물을 관람했지만, 이상하게 폰에 남은건 이 아기원숭이 사진 뿐이다. 왜지? 엄마 원숭이는 아기의 몸에서 이를 골라주고 있었다. 손가락이 정말 정교했고이를 잡는 기계같이 숙련된 모습에 감탄했다. 어쨋든 간에, 동물을 관람했다는 표현이 좀 웃기다. 인간은동물보다 지능이 더 발달했다는 이유로 동물을 자기네 삶에 억지로 적응시키게 했고 가축화 했다. 과거근대시대에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흑인 노예를 수입해서 가두어 관람 상품으로 판매했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인류사는 서로가 서로를 억합하고 통제하고 .. 또 그것을 투쟁 해내고 서로 도와 해방시키는 일련의 반복이다.
동식은 건강한 입맛을 가졌다. 나는 초코스낵과 빵, 감자칩을 좋아하는 반면 그는 신선하고 최대한 덜 가공된 음식을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후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상한 음식을 가려내고 나쁜 음식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식중독에 걸리지 않고 잘 먹으며 돌아다닌다. 하나의 일화로, 그와 내가 만나기 시작한 초기에 꽤나 어두웠던 월세집에서 치킨을 사 먹었다. 반찬으로 같이 배달 된 할리피뇨가 덜 신선했다. 우리는 치킨집에 전화해서 신선한 할라피뇨를 다시 가져다 달라고 했다. 진상손님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식은 그저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은 본능에 충실한 사람인것 뿐이다.
이 음식의 이름은 모르겠다. 구지 설명하자면 오이에 가까운 그린망고다. 킬포는 여기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범벅시켜 먹어야 한다는 점. 봉다리에 담아줘서 국물이 줄줄 샐 수도 있다는점 또한 시크한 킬링 포인트다.
동식은 동물원 관람 내내 이 봉지를 부스럭부스럭 들고다니며 기다란 이쑤시개로 오이를 콕콕 꺼내 씹어먹었다. 나에게도 한두개 권해줬지만, 나는 아직 베트남 적응중이라 두통으로 뒤통수가 욱신거리고 속도미식미식 거려서 손사래로 응답했다.
이날은 습도가 높아서 짜증지수가 조금 높았고 매연향기에 취해버려서 동물원을 100%즐기진 못하였다. 몽롱한 상태로 관람을 정리하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그 다음은 롯데타워에 도착했다. 여기에서는 꼭대기에 올라가 전망대로 하노이 시내를 한눈에 담고싶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자면 전망대는 가지 않았고 반대로오히려 가장 지하층인 롯데마트만 방문 후쾌적한 화장실을 누렸다.
물론 이런 자세는 내가 소리를 꽥꽥 질러가며 요청한 것이다. "환영하는 포즈를 취해보아라" 이런 모든 요구가 동식에게는 귀찮은 모양이다. 그래도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인것을!
롯데건물은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아주 현대적인 이 신식 건물으로 들어가면 마치 한국으로 순간이동을 한것 같은 기분이 든다. 1층은 백화점인데, 한국 롯데백화점하고 복붙이다. 조명, 구도, 가게들의 느낌이 모두 한국스타일이다. 동식의 생각으로는 베트남인들이 한국 스타일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냥 한국식 그대로 똑같이 지은것이다. 구지 현지화를 할 필요없이 한국스타일로 똑같이. 하긴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백화점씬이 엄청 많이 나오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노이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게 안에서한국 드라마를 틀어놓은 경우를 종종 봤다. 화폐는 문화를 따라 물결처럼 이동한다.
작은 물갈이를 만났다. 깨끗한 롯데마트 화장실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베트남 도착 후 이틀 삼일 정도는불안정한 와이파이 연결처럼 내 소화기관도 조금의 장트라블타를 겪어냈다. 그러나 어른답게 잘 해결하고 위장환(배아플때 먹는 한방약)으로 멋지게 극복해냈다.
서쪽에서 그랩을 타고 다시 하노이 시내로 이동했다. 서쪽동네는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고 전통적인 요소는 별로 없었다. 관광객의 입장으로써는 매력 제로의 지역이었다.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ESSENCE HOTEL (에센스 호텔) 의 레스토랑이다. 이곳을 방문하기로 한 이유는 네이버에 소개되었고 별점이 높았기 때문이다. 해외 방문지를 선택할때 우리는 거의 구글지도의 리뷰에 의존하게 된다. 나는 호텔에서 점심먹는 요자야 라고 플렉스 하기에는 이 식당의 음식들은 꽤나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분짜1, 스프링롤1를 주문했고 만원~만오천원 정도 였던것 같다.
왕푸짐. 맛이야 뭐, 보이는 그대로다. 신선하고 맛있었는데, 한가지 좀.. 관광객 상대로 음식장사를 해서인가? 모든 음식들의 간이 너무 달게 느껴졌다. 음식에 설탕을 넣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안전빵 이므로 쉽게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다. 한국에서 선구자로는 백종원씨가 있다.
사진엔 담기지 않았지만 우리 맞은편에 젊은 남자가 혼자 앉아있었다. 폰으로 무한도전을 크게 틀어놓고식사는 거의 끝 무렵인것처럼 보였다.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의외로 동식이 불편해했다. 감각이둔한 사람이 타인의 소음에 불쾌해 하다니 드문 일이었다. 그러더니 그 젊은 남자에게 죄송합니다 소리조용히 해주세요 라고 말을 걸었다. 다행히도 그 남자는 웃으며 미안하다 했고 곧 나간다고 했다. 한국인을 마주치기 어려운 이시국 베트남여행에서 마주친 몇 안되는 한국남자와의 짧은 대화가 시작되자 마자바로 끝났다.
호텔에서 밥을 먹고 폰 충전까지 완벽히 마친 상태로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나가는데 올림픽기가 보여걸음을 멈추고 건물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우연히 베트남 올림픽 위원회를 지나게된것이다. 동식은 올림픽 관련한 사업가다. 안에 들어가 보고싶은 동식은 저벅저벅 입구 안쪽으로 걸어갔다. 경비요원들은 느릿느릿 걸어 나오더니 엉성한 영어로 우리가 반바지를 입고 리스펙이 없어서? 입장 불가능하다고 막아섰다. 우리는 가볍고 빠르게 포기 후 가던 길을 갔다. 오히려 좋아~
그 다음은 프로그램은 센스파. 이곳에 3시 반에 마사지를 예약했고 내가 정말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센스파는 한국 하노이 도깨비 카페에서 잘 알려진 마사지샵이다. 센스파를 찾아가던 길에 시간이 좀 남아서먼저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기로.. 내 성격상 그냥 지나가던 카페를 아무데나 가기보다 미리 검색해서 후기가 좋은 카페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아임프레소. (여행이 4-5일을 넘어가면 모든 텐션이 떨어지고 계획도 덜 타이트하게 짜게된다. 여행 10일차인 지금은 맛집이나 유명관광지도 미리 찾아놓지 않고 그저 발걸음과 식욕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하루를 보낸다. 좋은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줄어드니 머리도 덜 아프다.)
건물 사이 좁게 보이는 안내판을 찾기 어려워서 몇번이고 이 골목을 걸었다.
어렵게 찾아서 어렵게 올라온 이 카페
구불구불하고 좁은 계단을 올라왔지만 커피밖에 팔지 않아서 재빠르게 퇴장했다. 인생의 아이러니. 고레와 진생... (나는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다. 특히나 두통이 있을때 커피를 마신다면 내 머리속은 드럼통이 된다.)
그래서 그냥 조금 이르지만 센스파를 입장하기로 했다. 건물 입구 외관이 마음에 꼭 든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사진을 들여다보니, 입구 지붕이 꼭 한옥같다! 한국인들이 하도 많이 와서 한옥같이 리모델링 한걸까? 눈썰미가 조금 더 좋았다면 그날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웰컴 드링크를 마셨다. 사진은 까먹고 못찍었지만, 리셉션 직원들의 환대와 친절도의 수준이 정말 높은곳이었다. 직원들은 프로페셔널 했고 설명도 자세했다. 특히나 우리를 응대해 준 젊은 남자 직원은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발음도 정확하고 어휘력도 좋았다. 이분은 한국어를 공부중이고, 올해 한국으로공부하러 간다고 했다. 머리가 약간 바가지컷?에다가 약간 화장을 한것 같은 기억이 든다. 마사지를 마치고 나오자 본인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공책을 펼쳐 보여주었는데 글씨체가 매우 정갈했다. 얼마나 성실하고 간절하게 한글을 배우고 있는지 모두 전해졌다. 부디 코로나가 진정되고 무사히 한국으로 넘어와서 한국생활을 즐길 수있게 되길..
웰컴드링크와 함께 나온 스낵은 아직까지도 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내 생각으로는 설탕에 말린 헤이즐넛이다. 솔직히 옆에 놓인 코피코 커피 설탕이 더 맛있었다. 설문지를 작성하고 스파 상품을 골랐다. 나는20대 중반 무렵, 한국의 어느 대기업 체인 호텔 스파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짧게 일해본 적이 있다. 물론 좋은 기억보다 안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은건 의문의 1패지만. 어쨋던 그때 그 경험으로 나는 스파와 마사지에 어느정도 얕은 지식이 있다. 이런 저런 내부 어려움과 테라피스트 직원들의 노고를 조금 이해하고있는입장에서 스파를 받는것은 조금 더 까다로운 손님이 된다는 뜻이다. 좋은 스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온도, 습도, 향기, 가격, 위생, 마사지강도/압, 손톱, 시간, 음악, 가격, 오일, 보안등등 이것 외에도 좋은 스파를 결정짓는 요소들은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 나는 오일마사지를 선호하지만후에 남는 끈적임 때문에 드라이 타이마사지를 받을 까 생각했다. 하지만 샤워가 가능하고 뜨거운 타월로오일을 다 제거해 준다는 설명을 듣고 오일마사지 1시간을 받기로 결정 했다. 동행한 동식은 마사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사지를 받는동안 너무 심심하고 핸드폰도 못보고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그것과 같은 이유지만 정반대의 논리로 마사지를 좋아한다. 1시간 동안은 인터넷과 단절되어 몸에 느껴지는 자극과 향기, 음악에만 집중하며 잊었던 감각들에만 집중하는 순간이 참된 디톡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동식은 30분 발 마사지만 받고 싶었지만 내가 꼬드겨서 나와 같이 1시간 전신을 받기로 했다.
우리가 마사지를 받은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우리를 담당한 테라피스트들은 최고였다. 특히나 나를 마사지 해준 분은 젊은 여성이었는데, 나보다 젊어 보였다. 손매가 아주 부드럽고 순서도 본인만의 논리로정갈하게 연결되어있었다. 60분 전신 오일마사지를 시작했고 시작 10분 후부터 나는 마사지를 온 몸으로즐기기 시작했다. 30분을 넘어설 무렵부터 30분을 더 추가하고 싶었고 결국 총 90분에 달하는 롱롱 마사지를 받았다. 몸이 안좋아서 누워있으니 두통이 좀 사그라 들었고 그래서 이 시간이 더 달게 느껴졌다. 동식은 어릴적 교통사고로 인해 왼쪽 정강이에 이상한 통증부위가 있다. 이점을 테라피스트에게 알리지 않은 동식은 마사지 도중 갑자기 소리를 질렀고 우린 모두 조금 놀랐다. 나 또한 프랑스에서 발목이 접히는사고로 인해 인대가 늘어나서 만성 고질병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 점을 미리 알려준 덕분에 이로인해 비명을 지르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꿈같은 1시간 반이 지났다. 나중에 하노이 미도스파에서 마사지를 한번더 받았는데 그때 느꼈다. 센스파의 서비스가 얼마나 수준 높았던 것인가! 결제는 현금으로 했다. 카드는안된다고 했다. 이점이 좀 아쉬웠다. 그래도 불평할 점 없이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모두 합해 5만원 정도나왔다. 이벤트로 10%정도 할인해주었다. 마사지를 받으면 혈액순환이 왕성해져서 인지 갑자기 소화가잘되고 배가 고파진다.
어슬렁 어슬렁 다시 길가로 들어섰다. 강아지 실종 전단지를 보니 마음이 좀 저렸다. 베트남에는 개가 참많다. (개는 전세계 어디에나 많지만..) 하노이 시내에서 길가에 목줄없이 방목된 반려견을 쉽게 만날 수있는데, 하노이 같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별로 없는 대도시에서 줄 없이 키운다는게 신기했다. 개들이스스로 가야 할 곳과 넘어서지 말아야 하는 선을 알고 지키는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실종된 이 얼룩 치와와는 아마 너무 멀리 가버렸거나 납치되었을 수 도 있겠다. 개가 스스로 길을 잃을 확률은 매우 적으니..
발길이 닿는대로 걷다가 프렌차이즈 카페를 만났다. 양주같이 보이는 이 잔들은 차다. 무료여서 그냥 가져다 마시면되거나, 아니면 웨이터가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베트남의 카페시스템은 프랑스와 닮아있다. 한국에서는 카운터로 가서 주문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가 음료를 다시 찾으러 갔다와야 한다. 나는 나끔 이 과정이 조금 번거롭다고 느낀다. 베트남에서는 자리에 앉으면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음료도 서빙해주며 나갈때 계산도 앉아서 내자리에서 한다.
2명인데 음료를 하나만 시켰다. 조금 눈치없는 관광객이다. 그래서일까 조금 차가웠던 주인 아주머니. 게다가 내가 이 차도 공짜로 가져다 마셨으니. 매연 뿜뿜하는 거리를 정면으로 보고 앉아 마스크 속으로 더운 숨을 쉬었다. 코코넛을 흡입하고 안에 살코기도 남김없이 수저로 긁어먹는데 걸린시간은 단 5분. 코코넛보다.. 작고 불편한 나무 의자보다.. 동식의 접힌 목살에 더 눈길이 가는 사진이다.
이 핸드폰 중독자는 잠시도 쉬지않고 스크롤을 내려댔다. 훔쳐보니 그가 정신이 팔린 앱들은 대체로LinkedIn, 페이스북, CNN뉴스 등이었다.
사진으론 전달 할 수 없는 이 도시의 냄새와 소음. 이 도시에서 약 5일간 지냈던 나는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강력한 매연과 끊임없고 이유도 없는 경적 소리를 지금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곧 하노이를 떠나면 다낭으로 간다. 사실 하노이에 2일 더 머물 예정이었지만 멈추지 않는 두통과 점점 예민해지는 비위때문에 비행기 티켓을 바꾸고 말았다. 2일 더 일찍 하노이를 떠난다. 그리고 동시에 다낭에숙소를 결정했다. 다낭 시내에서 약 10키로 떨어진 손짜 리조트. 바다 바로 앞에 지어졌다고 한다. 이 곳에서 지내며 벌어진 이야기는 곧 적어내려갈 예정이다. 이곳에서도 이런저런 기억들을 잔잔바리로 많이 만들었다. 한치앞도 모르는 진생 이기에 돈을 좀 더 내고서라도 예약 무료 취소 가능한 상품으로 구매한다. 언제까지 취소 가능인지 꼭 잘 읽고 캘린더에도 반드시 저장 해 둔다. 오늘 밤까지 XXX호텔 취소 가능 잊지말기!
손짜 리조트는 커다란 반도 아랫부분에 있다. 초록색 깃발은 꼭 방문해보고 싶은 뷰포인트들이다.
두통이 왔다가 갔다가 마음이 싱숭 생숭 한 밤이었다. 네덜란드로 부터 중요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신체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상황이라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웠다. 저녁을 먹으려고 호텔 주위를 둘러봤다. 더워서 인지 입맛이 없다. 하노이 한복판에 서있던 나는.. 걷다보면 2집당 한꼴로 식당 밀집도 전 세계 1위인(내생각) 도시에서 먹을게 없다며 투정하고 있었다. 동식이 결단력있게 결정한 이곳은 돼지고기 종합 국수집. 나는 머리가 아파서 동식만 한그릇 주문했다. 밀가루 반죽 튀김인 꿔이도 한그릇 부탁했다. 이 꿔이를 뜨끈한 국물에 젹서 먹는거다.
이 요리의 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사진을 보니 분 리우 남 보라고 써있고 가격은 2천원 정도.
하노이의 노상 음식점이 다 그렇듯, 위생은 위생은 위생은... 바닥을 치운다는 개념이 별로 없는것 같다. 양말도 신지 않고 거의 대부분이 맨발에 쪼리나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면서도 바닥에 쓰레기, 해바라기씨껍질, 휴지, 라임껍질 등을 그냥 버리고 심지어는 퐁퐁으로 설거지 까지 한다. 발가락에 상처라도 나서 감염될까 걱정되진 않을까? 우려일까? 하노이사람들이 노상 요리를 어떻게 준비해서 판매하는지 보면 한국인 위생 기준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한국 같은경우는 바로 컴플레인 걸릴테니. 하지만 여기서는 명품백을 들고 미니스커트에 힐을 신고 풀메를 한 여자들도 목욕탕 의자에 쪼그려 앉아서 노상식사를한다.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도 역시.
이 음식맛은 앞서 나불댄 모든 단점들을 잊게한다. 동식은 오늘 먹은 어떤 음식보다 이 국수가 최고였다고 했다. 재료로는 각종 돼지 부속, 식감 탱글한 돼지고기 미트볼, 토마토, 고수가 들어갔다. 동식은 온갖종류의 고기를 좋아하고 단순한 맛 보다 복잡 미묘한 맛을 높이 평가한다. 신선한 돼지고기의 깊은 기름향과 쌀국수의 부드러움, 그리고 짜넣은 라임의 시큼 털털함, 생선 소스로 간을 한 짭쪼름함이 한 스푼의국 안에 모두 담겨있다. 이 다양한 맛과 향만이 미술랭 동식의 미뢰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나같이 초코칩쿠키나 먹는 아해와는 겸상을 하기 창피할 법도 하다. 나도 이런 동식의 입맛에 점점 길들여지고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그 덕분에 내 미뢰의 영역도 확장되어간다.
어느새 어엿한 밤이 찾아오고 도시를 반짝이게 수놓는 등들이 켜진다. 낮에는 존재도 몰랐던 다양한 색의전구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촌스러울 법도 한데, 이 도시 안에서는 휘향찬란한 이 불빛아래 마냥 아이처럼 셔터를 누른다. 이 사진 역시 억지로 미소를 요구하며 반강제로 찍은 사진이다.
있는지도 몰랐던 거대 백화점이 호텔과 상당히 가까이 있었다. 호안끼엠 호수를 끼고 걷다보니 등장한 명품백화점 짱티엔. 쇼윈도가 마치 프랑스 르부르 박물관 옆 아케이드를 연상케 한다. 베트남의 이곳저곳에서 프랑스의 흔적이 느껴진다. 바싹하게 잘 구워진 바게트의 향을 맡을때도 그렇다.
하노이에서 제일 유명한 랜드마크. 하이랜드 커피가 주요 만남의 장소라고 한다. 주말에는 차를 막아서나이트마켓이 열린다. 오토바이와 차들이 쉴 새없이 지나 다닌다.
호텔로 들어오기 전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린다. 이상하리만치 난 편의점을 정말 좋아한다. 좀비 어택이닥치거나, 자연재해가 나면, 편의점에서 몇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미없는 상상을 CU를 지날때마다 한다. 편의점에서 파는 형형색색의 씨잘데기 없는 음료와 간식들의 바스락거림을 좋아한다. 베트남 편의점에서 가장 반가웠던것은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거나 비싼 푸딩. 푸딩을 2-3개 사서 호텔로 가져왔다.
난 허락한적이 없는데, 내 푸딩을 훔쳐먹는 거대 라따뚜이.
위에 탑코팅은 패션후르츠 맛 젤리, 안에 푸딩은 깊은 우유맛. 아니 이건 맛이 없을 수 가 없잖아? 편의점의 500원 짜리 푸딩에 반하고 내일 또 사먹겠다고 다짐하면서 잠자리를 준비해본다.
하노이의 첫 호텔, 라 신포니아 델 레이.
가격대비 작은 방
가구 배치들이 참 불편했던 방 구조.
뒤죽박죽 터져버릴 것 같은 내 수트케이스 속 처럼 내 머릿속도 보글보글 아파왔다.
내일 모래 갈 예정인 닌빈여행을 위해 기차표를 예약 하려고 홈페이지로 접속. 신상 정보를 다 적어내려가고 결제만을 앞둔 순간, 베트남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메세지에 김이 빠지고 말았다. 내일 하노이 기차역으로 가서 창구에서 표를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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